인도여행 2일차 - 급조된 동행과 목적지

#구세주 친구를 만나다

  일어나 보니 5시 반..한시간 반만에 깼다. 근데 전혀 피곤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마 몸이 자고 나서도 긴장을 풀지 않고 있는 것이리라.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Anu Behlroy에게 메일을 보내서 1-2일을 묵으면서 홈스테이를 하고 싶으며, 정오까지 답장을 부탁드린다고 썼다. 인도에 여행와서 홈스테이도 해볼 수 있으면 값진 경험을 할 것 같아서.

  난 인도에 출발하기 전에 인도여행카페를 통해서 동갑내기 여행자 두명을 알게 되었다. 여자인 희정이와 남자인 현중이. 하루 이틀 간격으로 내가 제일 늦게 도착했고 혹시나 여행하다 서로 보게 되면 밥이라도 같이 먹자고 했다. 사실 기대도 안 했다. 첫 출발지가 서로 달랐고 목적지가 서로 꼬여 있었기 때문에.. 아무튼 일어나자 마자 로밍을 켜서 카톡으로 연락을 했다. 다행히도 바로 현중이가 답을 해줘서 얘기를 좀 했는데 여권사본은 원래 주는거란다. 그리고 현중이가 아직 빠하르간지에 있고 나와 가까운 호텔에 묵고 있어서 아침 8시에 만나기로 했다. 부랴부랴 씻고 옷을 입고 짝퉁씨티뱅크ATM기기 앞에서 만났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었는데도 10년지기 친구를 만난 것처럼 인사했다. 타지에서 한국인을 본게 이렇게나 반가운 일이라니! 나는 현시 유심을 구입하여 쓰려고 했으므로 현중이에게 부탁을 하였고 도와주기로 했다. 

#델리를 둘러보다

  빠하르간지의 낮의 모습은 내가 어제 도착했을 때의 모습과는 전혀 딴 판이었다. 활발하고 위험도 없고, 개들 조차도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가장 먼저 코넛플레이스에 가기로 했다. 오토릭샤를 타고 갔는데 (60루피를 줬던 것 같다) 생각보다 너무 가까워서 놀랬다. 원형의 쇼핑군락 코넛플레이스..생각보다 지저분함이 인도스럽다. 근데 웬걸..11시에 오픈한다고 한다. 그래서 붉은성에 가기로 하고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지하철역에는 군인들이 있고 짐도 검사한다. 테러에 대한 위협때문에 그런 것 같다. 힌두교와 이슬람교가 사이가 안 좋다고 하더군. 동그란 토큰을 받았는데 우리나라 지하철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인도의 지하철은 우리나라가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길찾기가 쉬웠다. 아래 그어져 있는 색의 라인만 따라가면 금방 타는 곳까지 나온다. 이 곳에서의 사진은 없다. 지하철도 군사시설로 들어가기 때문에..

  붉은성에 가까운 역에 내려서 걸어가면서 여기저기 찍고 다녔다. 정말 재래시장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60-70년대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사람들 사이로 릭샤가 요리조리 들어간다. 짜이를 마시는 사람들, 과일을 파는 사람들, 구걸을 하는 사람들..그렇게 사람들을 보다보니 어느새 붉은성 입구에 도착했다.(정확히는후문, 나중에서야 알았다)

 입장료가 있는데 들어가지는 않기로 했다. 딱히 볼 게 없다고 해서 겉만 좀 보았는데 성벽이 붉었다. 붉은 돌인가.. 성문 안 쪽으로는 사람들이 앉아서 기도를 드리는 것 같아 보였다. 인도인들은 돈 안 내고 그냥 들어가던데 우리보고는 돈 내라고 한다..신들이 보고 있어 이놈들아..평등하게 해줘야지. 내부 모습만 대충 봐도 매력이 없어 보여서 밖에서 사진만 찍고 나갔다. 정말 잘한 일이라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서는 인디아게이트로 출발! 이 때도 릭샤를 타고 갔는데 이 번에도 생각보다 가까워서..그래 호구는 이렇게 시작하는거지. 돈은 꽤 준것 같은데..릭샤왈라가 여기저기 들러달라고 하는데 단칼에 거절, 우리가 인디아게이트 다 볼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거절했다. 사진 몇 방 찍긴 했는데 나는 한 달 있다 올려고 해서 출발 전에 미용실에서 머리를 좀 심하게 짧게 잘라 사진이 바보같이 나왔다. 

인디아 게이트에 가까이 가보니 그 주변으로 잔디를 심고 있었다. 보이스카웃, 걸스카웃 같이 생긴 남녀 군인들이 둘러서 서 있었는데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우리는 인디아게이트에서 빠하르간지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음. 걸어가니 조금은 멀긴 하더라. 가면서 목이 말라 물도 사마시고 그 때 처음으로 인도 분식?같은걸 먹었는데 카레와 밀가루 빵튀김?같은걸 같이 먹는 것이었다. 적당히 매웠고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건너건너 코넛플레이스에 왔는데 12시 이후에나 된다고..그래서 아예 체크아웃을 하고 만나서 가기로 했다. 

  빠하르간지로 다시 와서 현중이가 내가 묵은 게스트 하우스에 같이 들어왔는데 거기서 온수 스위치가 바깥 문 옆에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내가 뭘 해봤어야 알지.. 짐을 챙기고 현중이 호텔에서도 짐을 가지고 인도방랑기에서 짐을 놓고 돌아다니기로 했다. 가는 길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두 명의 여자 여행자를 만났다. 인도방랑기를 찾는다길래 우리도 가는 길이라 같이 올라갔다. 

  인도방랑기. 한국 여행자들이 오면 가장 많이 들르는 곳이 아닐까 싶다. 아기자기한 인도 악세사리들이 지붕 끝에 달려 있었고 테이블에는 한국 여행자들 몇몇이 앉아 있었다. 

  나는 짜파게티를 주문해서 먹었다. 인도에는 한국음식 값이 로컬푸드보다 비싼 편이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옆을 보니 어린 아이들이 건물 옥상에서 뛰 놀고 있었다. 도서관 건물 같아 보였는데 방과후 교실인듯 싶었다. 날씨도 좋고 사진 몇 방 찍었다. 아까 만난 여자 일행분들이 사진 찍어 달라고 해서 사진 좀 찍어 주었고 현중이도 같이 찍었다. 찍고나니 페이스북에 올린다는데 친구의 의사결정은 묻지도 않았다. 부를 때마다 오빠오빠 하길래 우리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그냥 오빠라고 부르는 듯 싶었다. 보기엔 한..서른 가까이 보였으므로.

이젠 배를 채웠으니 심을 만들기로 했다. 코넛플레이스를 갈 필요 없이 근처에 에어텔통신사 대리점을 통해서 만들면 된다고 해서 주변을 찾는데 잘 안나왔다. 그러다가 환전소가 보여서 환전을 먼저 했다. 100달러만 했었던 것 같은데 달러당 52루피로 환전 받았다. 그리고 에어텔을 찾아서 유심을 샀다. 현중이가 좀 비싼 것 같다고 했는데 그래도 그냥 했다. 745루피. 나중에 알고보니 200루피 정도 덤태기를 씌워 산 것이었다. 아무튼 심구입을 했고 하루 지나서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하면 개통이 된다고 했기에 안심했다. 

#자이살메르행 기차

현중이는 오늘 자이살메르로 출발한다고 했다. 나는 동행이 있어서 좋았기에 혹시나 가능하면 나도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 현중이는 델리로 오기 전에 미리 기차표를 다 예약 해 놓았다. 나 같이 당일에 하는 경우 기차를 탈 수 있을 확률은 극히 낮았다. 뭐 그래도 갔다. 이게 안 되면 맥그로드간즈로 갈 생각이었기에..

외국인 여행자 접수처에서 번호표를 뽑고 꽤나 기다린 것 같다. 유럽인들도 보였고 일본인들도 보였다.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를 기다리고나서 내 차례가 왔다. 오늘 자이살메르 기차표를 구입한다고 하니 한참을 보더니 waiting number 11이란다. 현중이가 이정도면 될 수도 있다고 하면서 4시쯤 되었을 때 다시 와서 확인하자고 하였다. 돈을 지불하고 나서는 빠하르간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빠하르간지를 요리조리~

 인도는 클락션 소리로 소음이 정말 심하다. 이 소리에 적응하는 데에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인도인들은 이 소리에 대해 이미 무감각한지 클락션이 울리면 자연스럽게 피해준다. 참 재밌는 부분인것은 자전거릭샤와 오토릭샤들이 서로 마주 올 때에도 서로 충돌도 안 하고 잘 피해 간다는 것이다. 인도에는 교통신호가 무의미할 정도로 제멋대로이다.

아무튼 현중이와 걸으면서 여러 가게들을 보았다. 헤나를 헤주는 곳도 있었고 인도여행자카페에서 문제가 되었던 히말라야화장품 가게도 보였다. 

우리는 길가에 있는 인도음식을 사 먹었다. 감자조림과 칠리소스샌드위치라고나 할까. 나는 이 샌드위치가 너무 맛있었다. 근데 먹으면서 가끔 아주 씁쓸할 때가 있었는데, 알고보니 코리엔더라고 하는 향이 나는 풀이었다. 한국인 입맛엔 맞지 않으므로 '노 코리엔더'를 꼭 말하길 바란다.

그리고 나서 좀 더 깊숙히 들어가서 라씨를 같이 먹기로 했다. 묽은 요거트인데 달달한 맛이라고 하면 알려나 모르겠다. 나는 스윗라씨를 시켜서 먹었다. 위생은 음..말하기 좀 그렇다.

자리에서 일어나 대기번호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러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현중이는 쇠사슬과 자물쇠를 샀다. 뉴델리역 2층의 여행자 접수처에서 확인을 했는데 SL 슬리퍼칸 확정이 되었다.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무언가 뻥 뚤린 기분이었다. 인크레더블 인디아!를 외쳤다.

#Impossible? I'm possible!

  가방을 맡겨 놓은 인도방랑기에 가서 가방을 찾고 델리역에서 기다려야겠다 싶었다. 가는 길에 아까 만났던 여자 여행자들을 만났는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우리가 아는 척을 하니 급하게 끄던게 기억에 남는다. 그 분들은 아무 계획도 없이 왔다고 한다. 뭐 나도 그렇긴 하지만 가고 싶은곳 몇 군데는 정하고 왔었는데..아무튼 인도방랑기에서 다른 여행자들 이야기를 들었는지 네팔에 가는 루트를 짰다고 한다. 정말 돈만 들고 온 듯싶었다. 어제 밤 12시 쯤에 빠하르간지에 왔다고 하는데 나보다 느긋해 보여서 내심 부럽긴 했다. 

  즐거운 여행 하라는 짧은 인사를 마치고 우리는 뉴델리역에 와서 기다렸다. 역 안에는 우리처럼 열차를 타야 하는 인도인들이 많이 앉아서 쉬고 있었다. 미리 와서 화장실도 갔다가 기다리는데 열차가 아직 안 오고 있어서 도착지연인가 싶었다. 17시 30분 출발이었는데 5시가 다 되어도 안 오길래 현중이가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여기가 아니란다!. 우리가 있던 곳은 뉴델리역이고 열차가 오는 곳은 올드델리역이었던 것이다. 

 급하게 부랴부랴 뛰어 나갔다. 자이살메르 행 기차 시간이 매일 같다보니, 또한 우리와 같이 착각하는 여행자들이 많다보니 역을 나오자마자 릭샤꾼들이 장사하고 난리가 났다. 우리는 올드델리역이 얼마 멀지 않다 생각했고 부르는 가격을 깎는데 치중했다. 심지어는 사이클릭샤를 타고 갈까 했었는데 200루피 달라는 것을 175루피 주고 오토릭샤 타고 갔다. 

  근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것이다. 5시 20분이 넘어가는데도 역은 보이지 않고..정말 초조했다. 30분이 거의 다 되어서야 올드델리역에 도착했고 부랴부랴 보이는 열차에 탑승하는데 열차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나는 움직이는 열차에 탄 마지막 탑승객이 되었다.

  현중이와 나는 서로 다른 칸이어서 따로 가기로 했다. 나는 사이드 로우칸이었다. 내가 가니 인도인 두명 정도가 앉아 있었고 난 여긴 내 자리라고 말을 했더니 알았다면서 옆으로 비켜주었다. 난 아예 다리를 펴고 앉아있었다. 이것도 나중에 알고 보니 자리 없이 탄 사람들이 저녁에 표 검사 하는 사람이 오기 전까지 앉아 있는 듯 했고 일반적인 일들이었다. 날은 어두워져 갔고 나는 mp3를 들으며 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있었다. 여러 명이서 같이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카드게임 같은 것을 하기도 했다. 

내 앞에 아이가 있었는데 날 계속 의식하는지 쳐다 보았고 나도 귀여워서 계속 보다가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하루만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자이살메르행 기차 슬리퍼칸 예매도 바로 하고, 출발하는 기차에도 타보고.. 그렇게 찬 바람이 부는 하룻밤을 기차에서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