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 1일차 - 인천에서 빠하르간지 까지

#프롤로그

  무작정 인도로 결정했다. 처음엔 뉴욕 2주 여행을 꿈꿨다. 모아온 돈도 좀 있으니 뉴욕의 모습을 눈으로 경험 해 보고 싶어서..그러다가 막상 여행인데 2주는 너무 짧을 것 같고, 학회 임원분과 이야기 하다가 인도가 나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계기가 된 것 같다.

뉴욕, 터키, 유럽 등 많은 후보지들은 생각까지만 갔지만 인도는 며칠 만에 항공권 구입까지 뚝딱 했다. 우연치 않게도 구입하고 다음날 치과에 갔는데 치과 견적이 250이상이 나와버려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도를 선택한 것이 다행인 것으로 되어 버렸다.

배낭여행은 처음이라 등산백팩, 여행용 지갑, 옷주머니, 와이어, 침낭 등 필요한 것들을 급하게 샀고 여행 출발 3-4일 전 쯤 인도여행 카페에서 개최한 인도여행설명회에도 갔다왔다.

뭐 그렇게 대강 대강 놀다가 출발 하루전날 밤에 부랴부랴 옷넣고 짐 싸고..가고싶은 곳들만 대충 정해놓았고..이게 내 스타일인가보다.

사실 인도여행 1일차는 아니다. 실제로 인도에 들어간 날은 공항에서 출발한 다음 날 새벽이기 때문에..아무튼 그렇게 시작.

#인천-홍콩

2013년 11월 20일 수요일 오전 9시 45분

인천공항에 다시 온건 1년만일 것이다. 작년에는 일본에 갔었는데..

  근데 오자마자 뭐 부터 해야하는지 아무 생각도 안 들어서 뭘 해야 하는지 좀 둘러보고 찾아 보았다. 기계로 접수하는 비슷한게 있어서 그것 몇 번 눌러 보다가 아닌 것같아서 때었다가.. 아무튼 그렇게 좀 있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지상직 직원분 아무나 한테 물어봐서 겨우겨우 물어 배낭을 부치고 항공권을 받았다. 그렇게 출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홍콩에 도착. 홍콩 국제공항에서 3시간 정도 있으면서 배가 좀 고파서 환전을 했는데 홍콩달러 5달러짜리가 동전인거 보고 신기해서 촌티 좀 냈다. 

빅맥셋트를 먹었다. 한국에서도 못 먹어본 빅맥을 홍콩에서 먹었는데 진짜 맛 드럽게 없었다.

  참고로 내가 경유해서 어딜 가는건 처음이었는데 경유항공 게이트 번호 물어보는데 데스크 직원이 시간이 너무 이르다고..무슨 뜻인지 몰라서 몇 번이고 다시 물어봤는데 나중에서야 게이트 번호가 출발 2-3시간 전 쯤에 나오는 걸 알고 어찌나 민망하던지..

  앉아서 외국인들 구경 좀 하다가 제트에어웨이즈 인도행 비행기 타는 곳에서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 8시 반 출발이었던 것 같다. 그 곳에 가니까 한국 여행자 분들이 꽤 계셨다. 중년부부 1쌍이랑 중년 남성 세 분, 젊은 남녀 한 쌍 정도..되었던 것 같다. 혼자 계속 기다리기 뻘쯈해서 내가 먼저 말을 걸었던 것 같은데 그 중 중년 부부 아주머니와 얘기를 좀 했는데 나 빼고 다른 분들은 자유여행 패키지로 출발 하는 듯 했다. 내심 동행이라도 구해보려고 했는데.. 나는 원래 인도 공항에 새벽에 도착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공항에서 노숙하고(일반적으로 이렇게 한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에 빠하르 간지로 가려고 했는데, 이 분들이 공항 앞에서 호텔까지 태워다 주는 버스가 올테니 여행사 가이드에게 양해를 구하고 호텔까지라도 같이 가보자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아서 알겠다고 했다.

#홍콩-델리

  확실히 저가항공이라 그런지 대한항공과는 너무 차이 났다. 인도인들이 많이 타서 그런지 약간의 인도인들의 향이 나기도 했고, 기내도 좁고, 담요도 별로고..근데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나의 옆에는 한 중년 인도 여성이 앉았다. 나는 창가쪽이었다. 밤이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말없이 앉아 있다가 기내식을 받았다. 나는 생선요리었는데 그냥 커리를 먹을걸 그랬나보다 ㅎㅎ 그러다가 아마 내 기억이지만 중년 여성분이 먼저 말을 걸어 주셨다. 이름은 Anu Behlroy.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무엇 때문에 인도여행에 오는지도 물어보고 북한인지 남한인지 물어보시기도 하셨다. 그 분은 엄마뻘이셨던 것 같다. 딸 둘을 키우고 계셨으며 나랑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북인도 여행을 한다고 하니 거긴 위험하다며 남인도 쪽이 안전하다고 하신다. 그리고 델리에 가면 잘 곳은 있냐고 하길래 아까 한국인 일행을 만나서 같이 갈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혹시나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하시면서 폰번호랑 이메일 주소를 적어 주셨다. 

#빠하르간지까지

 그리고 새벽 한시 쯤 뉴델리 공항에 도착! 입국 수속 밟으러 가는 길에 다시 한 번 그 분과 마주쳤다. 그랬더니 다시 한 번 걱정해 주시면서 명함을 하나 주셨는데 대충 보니 학교 선생님이셨다. 사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교장선생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홍콩 공항에서 만났던 한국인 여행자 분들과 함께 공항 밖으로 나와 가이드가 있는 곳으로 갔다. 나는 내 사정을 말하면서 가는 길이니 빠하르간지까지만 태워다 달라고 했다. 여자 가이드 분이셨는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안 된다면서 손가락으로 옆에 세워져 있는 공항버스를 가리키고 저 빨간 버스를 타고 빠하르간지만 말하면 내릴 수 있다고, 남자가 그정도 깡다구는 있어야 한다고.. 그래 맞긴 한데..너무 갑작스럽잔아..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공항에서 노숙할 수 있었는데, 교장선생님 집에서 잘 수도 있었는데..그 아주머니 여행자 분이 살짝 미안해 하는 눈치가 보였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하랴. 하는 수 없이 버스에 올라 탔다.

공항버스라고 우리나라의 그런 멋지고 빤딱빤딱한 버스가 아니다. 그냥 낡고 큰 빨간 버스다. 안에는 인도인들 6-7명 정도 타고 있었는데 나에게 일제히 시선 고정, 난 그대로 뒷자석에 앉아 옆 자리에는 가방을 두고 핸드폰으로 위치를 보고 있었다. 외국인 상대 사기꾼들이 많다길래 최대한 빈 틈을 안 보이려고 했는데 이미 호구같이 보였을 것 이다. 어느 분께 물어야 하는지도 몰라서 그냥 앉아 있는데 백인 남성과 인도 여성 커플이 버스를 탔다. 난 바로 그 커플 뒤로 가서 빠하르 간지 가는지 물어봤고 간다길래 내릴 때 같이 내리자고 했다. 구세주를 본 느낌이란 이런 것일까..이름은 데니스.

 그렇게 빠하르 간지에 1시 반 쯤 도착하고나서 그 둘은 오토릭샤를 탔고 나와 작별을 했다. 사실 나도 태워줄 줄 알았는데..아무튼 그 시간에도 릭샤꾼들은 많았고 난 한국에서 저장 해 온 구글맵이 있었기에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빠하르 간지까지 갔다. 내가 내렸던 버스정류장이 뉴델리역 뒷편이었던 것으로 안다. 그래서 요리조리 보다가 기차역 위 횡단하는 육교를 통해 가게 되었다. ->Pahar Ganj라고 써 있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혼란과 방황

  육교를 내려와서 빠하르 간지 입구를 왔는데 왠걸, 내가 생각했던 빠하르 간지가 아니었다. 여행자가 많이 찾아오는 거리고 시장이라길래 바닥도 깨끗하고 밝을 줄 알았는데 새벽 한시의 모습은 흙길에 음산하고 안개가 살짝 꼈으며, 개들이 마구 짖고 있고 릭샤 몇대가 가로 질러가는 주황빛 가로등불에 물들은 거리였다. 호텔 네온사인만 있을 뿐 무슨 우리나라 모텔촌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개들은 정말 무서웠다. 출발 전에 광견병 걸린 개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지 엄청 짖어댔다. 

아무튼 난 가이드북을 보면서 쉼터 밑에 있던 게스트 하우스를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는 것이다..1시간을 헤맸던 것 같다. 그러다가 그냥 아무대나 열려있는 곳에 가보자 해서 둘러보다가 어느 게스트 하우스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얼마냐고 물어보니 얼마냐 있냐고 한다. 난 가이드북에 나온 대로 100-200이길래 150정도 불렀는데 웃으면서 안된다고 했다. 기분나쁜 웃음은 본 사람만 안다. 나는 다른 데 알아보겠다 하고 안녕하고 나왔는데 주인이 나오더니 100달러는 가능하다고 한다. 나랑 지금 농담따먹기 하자는건가..실소가 나오더라. 뭐..나중에 알아보니 가이드북에 나온 가격은 믿으면 안된다고 했다.

그렇게 여기저기 다니는데 새벽 3시가 이미 넘어갔고 그 시간에 문 연 곳은 없고, 나는 한쪽 구석에서 지나다니는 개와 릭샤를 피해 숨어있기도 하다가 가로등 아래서 앉아서 한 참을 생각했다. '내가 여기 왜 왔을까..' 도전하고 고생하러 왔지만 내가 원하던 모습은 이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았다. 내가 그 게스트 하우스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내가 생각했던 가격이 아니라 바가지라고 생각했기에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몇시간만 있음 아침이 올텐데 길가에 숨어 앉아서 버틸까도 생각해 보았다. 근데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피곤을 버텨가면서 하루를 버리느니 돈 몇푼 주고 자는게 낫겠다 싶었다. 아마 이 때 가로등 아래서 많은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았다.

#첫날 밤 SKY VIEW 게스트 하우스

아까 거기 간판 이름을 보니 SKY VIEW 였다. 골목이라 전혀 보이지 않는 곳인데.. 400루피를 주면서 방 하나 달라고 했다. 체크아웃은 오전 10시라고 한다. 좀 생각을 해보긴 했는데 내가 딜하는 줄 알았는지 12시까지 연장해 주겠다고 해서 오케이 했다. 그리고 나서 여권을 달라고 하는데 첫인상이 못 미더워서였는지 선뜻 못주겠어서 내일 아침이 되면 사본을 주겠다고 했다. 일단은 시간을 끌면서(?) 인도 여행자 카페에 물어보려고 했기 때문에..아무튼 그렇게 올라갔다. 

4층으로 올라갔고 날 데려가 준 직원은 뜨거운 물도 나올거라 해서 난 알았다고 하고 방을 열어주자마자 들어가 문을 닫고 짐을 풀고 씻기 시작했다. 그런데 뜨거운 물이 아무리 해도 안 나온다..결국 찬물로 씻었다. 정말 달랑 침대 하나에 TV하나..감옥도 이것보단 낫겠다 싶었다. 피곤한 것도 있었고 빨리 자야 다음 날 지장이 없기에 대충 짐을 풀고 잠에 들었다. 자기 전 시간을 보니 새벽 4시. 첫 날 밤부터 참으로 화려했다.